
요즘 같은 빠른 시대엔 조용히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참 귀하죠. 필사는 그런 틈을 만들어주는 좋은 도구입니다. 그냥 글을 따라 쓰는 단순한 일이지만, 직접 해보면 그 안에서 놀라운 변화들을 발견하게 됩니다. 필사를 통해 지친 마음이 조금씩 풀리고,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시 들여다보게 되기도 하니까요. 이 글에서는 필사를 왜 하는지, 어떻게 하면 좋은지, 그리고 실제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편하게 풀어보려 합니다. 힐링, 자존감, 집중력—이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천천히 들여다볼게요.
1. 힐링
한 번쯤, 누구나 마음이 너무 힘들거나 복잡해서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던 날이 있으셨을 거예요. 저는 그럴 때 필사를 시작했습니다. 좋아하는 책의 한 문장을 따라 쓰는 데에서 시작했어요. 처음에는 그냥 손을 움직이는 게 전부였는데, 어느 순간 마음이 조금 차분해지는 걸 느꼈습니다.
글을 쓰는 동안은 다른 생각이 끼어들지 못했어요. 오직 한 글자, 한 문장에 집중하게 되니까요. 필사는 그렇게 저를 하루의 소란에서 잠시 빼내주는 통로가 되었습니다. 에세이나 시집, 혹은 위로가 담긴 글귀를 천천히 따라 쓰면 그 문장에 실린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기분이 듭니다.
처음에 필사를 시작했을때 힘든 시기여서 그런지 제 자신에게 힘을 주는 글 위주로 했어요. 필사한 글을 반복해서 보고 힘을 얻고 그 시기를 잘 지나온 것 같습니다.
요즘엔 명상이나 요가처럼, 필사를 ‘북테라피’로 부르기도 하더라고요. 복잡한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 때, 차 한 잔 옆에 두고 종이 위에 글을 써 내려가 보세요. 제가 그랬던 것처럼 마음이 조금씩 맑아지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.
2. 자존감
필사를 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, ‘내가 뭔가를 꾸준히 해냈다’는 작고 단단한 성취감이었어요. 사실 자존감은 어느 날 갑자기 높아지는 게 아니라, 매일 반복되는 ‘작은 약속’을 지키면서 조금씩 쌓이는 거잖아요.
필사는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한 활동이에요. 하루에 한 문장만 쓰더라도, 그 시간을 내기 위해 노력한 나 자신이 기특해지죠. 더 재미있는 건, 어떤 문장을 골라 쓰느냐에 따라 내가 지금 어떤 마음인지도 알 수 있다는 거예요. 어떤 날은 용기 있는 말에 끌리고, 또 어떤 날은 다정한 말에 위로받기도 합니다.
이렇게 내 감정과 관심을 확인하는 일이 자주 쌓이다 보면, 나 자신을 조금 더 잘 알게 되고, 자연스럽게 나를 인정하게 되더라고요. 필사는 나와 경쟁하지 않는 활동이라 더 좋아요. 잘 쓰든 못 쓰든 상관없고, 누군가에게 보여줄 필요도 없습니다. 그냥 나만을 위한 시간,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는 경험이 자존감을 키우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.
3. 집중력
처음엔 별생각 없이 필사를 시작했는데, 나중에는 그게 집중력 훈련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. 종이에 펜을 대고 문장을 따라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 곳에 몰입하게 됩니다. 특히 스마트폰이나 SNS에 시선을 뺏기는 게 너무 익숙한 요즘, 몇 분이라도 온전히 한 가지에 집중하는 건 참 귀한 경험이에요.
저는 업무 시작 전이나 책을 읽기 전, 짧은 필사를 하나의 루틴처럼 하고 있습니다. 하루 5분만이라도, 내가 좋아하는 문장을 또박또박 써 내려가면 마음이 정돈되고 머리가 맑아지는 걸 느낄 수 있거든요.
그리고 좋아하는 적당한 두께의 종이에 만년필로 써내려가는 걸 특히 좋아합니다. 만년필의 사각사각 소리가 정말 좋더라구요.
필사는 시각과 촉각, 생각이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에 뇌의 여러 부분이 함께 깨어나는 느낌도 듭니다. 그래서 단순한 반복 같지만,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데는 꽤 효과적이에요.
학생들뿐 아니라, 글을 쓰는 사람이나 직장인들에게도 필사는 좋은 훈련이 될 수 있어요. 다른 것보다 중요한 건, 억지로 하지 말고 짧게라도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마음으로 시작해보는 겁니다.

필사하는 시간, 마음을 들여다보는 순간
펜을 들고 종이에 글을 하나하나 옮기다 보면 속도가 느려질수록 오히려 마음은 더 깊어져요. 글쓴이의 문장을 따라가면서, 그 안에 담긴 감정과 숨결을 온몸으로 느끼게 되거든요. 그리고 그 문장이 내 손을 거쳐 다시 살아나는 그 순간, 나는 단순한 독자가 아니라 ‘느끼는 존재’가 되어 있습니다. 무엇보다, 필사는 속도를 늦추게 해줘요.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, 지금 이 순간을 오롯이 느끼게 해주는 선물 같은 시간이에요.
작은 노트 한 권, 펜 하나면 시작할 수 있습니다. “필사하는 나”를 만나고 싶다면, 오늘 조용한 시간에 펜을 들어보시길 권해드려요.
당신 안에 조용히 머물고 있던 따뜻한 감정들이 문장을 따라 천천히 깨어날 거예요. 하루에 딱 5분~10분이면 충분해요. 내가 좋아하는 문장을 골라 천천히 써보세요. 매일 쌓이는 작은 시간이 어느새 나를 바꿔줄지도 모릅니다.